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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릴리스 (Water Lilies , 2006)

구름’ 2020. 8. 15. 07:31

※ 스포 포함 ※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가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하루 종일 여운이 깊게 남아서 결국 쓰는 리뷰,,

 

사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관람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데도 마음이 복잡해 도저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다.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플로리안이 마리의 곁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마다 스크린 너머로 작지만 크게 느껴지는 마리의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마주 보면 매번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던 두 소녀의 귀여운 얼굴이다.

여운이 제일 깊게 남아있는 장면들이라 리뷰를 쓴다면 가장 먼저 적고 싶었던 것들이다.

이렇게나 섬세한 표현을 연출해내다니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마리와 플로리안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굉장히 생소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아마 이때까지 많은 영화들이 담지 않았던 여성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초반부터 우정의 끝을 넘어서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 받아들인 마리의 눈빛이 강하게 기억이 남는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플로리안은 10대 여성에 대한 프레임에 사로잡혀 마리의 감정을 이해하면서도 한 편으로 그 감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마 이게 바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마 워터 릴리스가 말도 안 되는 로맨스 영화보다 훨씬 강력하게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마리의 친구 안느 또한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다. 초반에는 이게 뭐지..?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보니 어린 소녀의 자신의 욕망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다룬 캐릭터를 이제껏 접하지 못해서 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를 느끼고 큰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누구든 성에 호기심을 갖고 경험해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남자 청소년들의 욕망은 많이 다루어졌지만 여자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 사회적으로 여자, 특히 청소년의 성적 욕망은 오래도록 배제되어 있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이를 정확히 꼬집어 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후반으로 갈수록 마리를 바라보는 플로리안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 설레는 장면이 많이 있었는데 플로리안의 눈빛이 그들 간의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호한 경계선이 보이는 듯한 감정을 아주 잘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 마리는 자신이 키스하고 있는 상대가 플로리안인 것을 확인하는 눈을 떴다 감는 반복한다.

반면에 누구보다 편안해 보이던 플로리안,,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는지 표정에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때문인지 마리가 더욱 처절해 보이고 마음 아팠지만 짜릿하기도 했던 기억이 남는 장면이다. 

 

어둡고 방황하는 느낌을 잘 살린 영화의 사운드도 빠질 수 없는 포인트다.

클럽 씬의 사운드는 마리의 마음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보는 내내 사운드 덕에 내가 더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감독도 이를 예상하고 그 장면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마리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지 마음 한편이 괜히 아련하다... ㅠㅠㅋㅋ

그 후로 세 사람은 과연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리와 안느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겠지, 솔직히 플로리안이 제일 위태롭고 걱정되는 캐릭터다.

마리와 플로리안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았다면 또 어떤 스토리가 되었을지 궁금하다.

결말이 어두워 괜히 상상의 나래가 더 펼쳐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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